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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해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기에 보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정우성 님과 신현빈 님이 나오는 드라마가 있었다. 1화를 보니 출연하는 배우들 중 내가 싫어하는 배우가 한 명도 없어 계속 보게 되었다. 수어를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인데 재미있다.

 

내 삶에 수어(수화)를 할 기회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고등학교 축제 때 몇 명만 참여하는 축제가 아닌 우리 반은 반 인원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를 하자는 의견 때문에 반 전체가 참여할 뭔가를 하기로 하였다. 물론 자신의 장기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E'성향의 친구들은 연주와 다른 장기로 개인적으로 추가 참여를 하였다. 반 전체가 참여할 뭔가를 찾다가 합창을 하기로 하였고, 봉사 활동을 통해 수어를 할 줄 아는 친구의 교복을 입고 하얀 결혼식장갑을 끼고 합창을 하자는 의견으로 수어와 합창을 동시에 하기로 결정되었다. 노래는 변진섭 님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참여를 하였기에 그 모습이 멋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남겨진 사진으로는 충분히 멋있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이후 공군이지만 여러 특수 부대원이 모인 내무반의 반장으로 있던 시절,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축제를 하며, 1등에게는 휴가가 주어진다는 말이 들렸다. 당시 우리 내무반 인원이 50명 가까이 되었으며, 1등 하면 참가한 인원 전체에게 주어지는 것인지 확인 후 전체 인원이 모인 자리에서 이 사실을 알려줬으며, 혹시 수어(수화)가 가능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니, 제대 전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교회 전도사, 학생부 선생님, 봉사활동 등을 많이 해서 수어로 대화가 가능하니 도와주겠다는 육군 소속의 선임이 있었다. 그 선임은 휴가를 얻어도 의미가 없는 선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항상 나를 챙겨주고, 뭔가를 나와 같이하려는 정말 선하고 고마운 선임이었다.

 

기독교인이 아닌 나에게 "동짓날 주말 교회가지 않겠냐?" 하여, 내무반에 기독교인 중 쉬어야 하는 주말이지만, 교회에 가고 싶은 인원이 있는지 확인 후 데리고, 교회에 갔다. 교회에 가자고 한 이유는 동지팥죽을 먹기 위해서였다. 당시 처음으로 칼국수가 들어가는 단팥죽을 먹었었다. 짭짤한 팥죽에 밥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단팥죽에 뜬금없는 칼국수가 들어가 있었다. 한 젓가락 뜨니 구역질이 났다. 엄청난 구역질이었다. 구역질하는 내 모습을 본 교회 관계자 분들이 서울에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먹다 보면 맛있다고 천천히 먹어보라 하여 한 그릇을 비운 후 정말 맛있어 한 그릇을 더 먹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 칼국수 단팥죽이었으며, 다시 먹어도 첫 젓가락에 구역질 나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 가끔 생각난다. 

 

다시 크리스마스 축제로 돌아와 선임에게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수어로 가능한지 확인 후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점호가 끝난 후 참가하고 싶은 사람, 휴가 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 후, 확실히 1등 할 거라 휴가 나갈 테니 휴가 가고 싶거나,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꼭 참여하라 하니 반 정도가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원이 적으면 멋있지 않은데 다행히 적당한 인원이 참여, 틈틈이 연습 크리스마스 축제에 참여하였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무대와 조명, 그리고 짙은 남색의 외투와 합창, 마지막으로 가사에 맞춰 움직이는 하얀 장갑. 멋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우리의 순서가 끝난 후 부대장님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장교들이 기립박수를 쳤으며, 계획한 그대로 당연하게 우리는 1등을 하였다. 1등으로 호명된 후 대령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부대장님이 군생활 중 수어를 처음 봤으며 정말 멋있었다는 축하 말씀과 함께 약속대로 전원 휴가증을 지급한다는 기분 좋은 말씀도 하셨다. 나눠서 갔지만, 실제로 전원 휴가를 갔으며, 군 생활 중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축제에 참여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수어로 합창을 하면 1등 할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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