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치원을 다니던 5살(당시 7살) 여름, 자매결연 국민학교 학생회 임원들과 해수욕장을 갔다.

 

나를 인솔했던 사람은 6학년 학생회장 누나였다. 누나가 잠깐 자유시간을 줘 나는 튜브 가운데에서 그대로 일어나 튜브 위 한쪽에 앉았다. 튜브 위에 앉자마자 중심이 맞지 않은 튜브가 뒤집어지고 몸이 미끄러지며 빠져나와 바닷속으로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깜짝 놀라 허우적거렸으나 소용없었다. 지금이라면 몸을 돌려 땅에 손을 짚고 일어났을 텐데, 당시 5살이었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할 수 없었다. 한참을 누운 채로 허우적거렸으나 일어날 수 없었다. 당연히 일어날 수 없는 자세다.

 

한참을 발버둥 치다 가만히 있었다. 그냥 가만히 물속에서 떠 있었다. 어쩌면 어릴 때도 지금처럼 생각이 좀 달랐던 것 같다. 가만히 물속에서 앞을 바라보니 바닷물 넘어 파란 하늘이 물결 따라 움직이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본 바다에는 금빛 모래가 떠다니고, 바닥에는 모래와 하얀 조개가 있었다. 다시 가만히 누워있으니 입에서는 더 이상 큰 공기방울이 나오지 않았지만, 코에서 빠져나온 공기방울이 하늘로 올라가고, 귀에서는 빠져나가는 공기방울은 귀를 간지럽혔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서 한줄기의 아주 작은 공기방울들이 줄을 지어 눈을 간지럽히며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귀에는 뽀글뽀글 소리와 꿀렁거리는 바닷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그렇게 공기방울이 올라가는 모습과 바닷소리를 듣다 물고기처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숨을 쉬니 목이 막혀 숨을 쉴 수 없었다. 물고기처럼 숨을 쉬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이 저절로 컥! 막힌다. 바닷물이 들어오자 목이 턱! 막히며 깜짝 놀란 내가 온몸을 허우적거리자 내가 가져간 튜브의 줄이 손이 걸리며 운이 좋게도 계속된 발버둥에 한번 감긴 줄이 계속 감기며 줄이 짧아져 상체가 떠오르며 발이 땅에 닿아 일어날 수 있었다.

나를 보살피던 6학년 누나는 우리 조 아이들이 다 나갔는데 나만 없어서 나를 찾았다고, 어디 있었냐고 물어봤다. 죽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죽을뻔했다고 말하지 않고 물속에 계속 있었다고 했다. 정말 난 물속에 계속 있었다. 물속에서 보니 누나는 계속 내 옆에 있었는데 바닷속을 안 보고 물 위로만 날 찾은듯하다. 물속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나한테 무릎도 안 되는 높이였으니.

 

누나는 내가 파랗다고 더 이상 물속에서 놀면 안 된다고 나가야 한다고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뒤로 바닷가에 살아 자주 바다에서 놀았지만 바다에 들어가 수영할 생각만 하면 심장이 요동을 치며 코에서 코피가 흘러 해변에서 게를 잡고 수경을 끼고 물속에서 헤엄치는 쥐포, 말미잘, 불가사리, 해파리 이름 모를 물고기와 벌레들을 보며 지냈다.

 

글을 적으며 생각해 본다. 내가 허우적거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산소부족으로 몸의 기능이 서서히 정지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숨 쉬지 못하는 고통도 없었고, 공기방울, 바닷소리 그리고 바다너머 하늘이 몽환적이며 아름답게 느껴지다 위험을 느낀 몸이 마지막 힘을 다해 숨을 쉬었을 때 짠 바닷물이 기도로 들어가자 몸이 반사적으로 마지막 몸부림을 친 것 아닐까? 정말 그랬다면 난 운이 정말 좋았다.

 

이 사건은 나에게 일어난 일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두 가지 중 하나이다.

728x9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