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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버텼다. 기초반에 남을지, 그만두어야 할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중급반!

기초반&초급반(이하 초급반) 3개월. 두 달은 손바닥이 바닥에 닿는 곳에서 강습을 받았지만, 마지막 한 달은 깊은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자꾸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물에 잠깐 뜰 수 있었다. 끝까지 가기 위해 몇십 번 바닥을 발로 찼지만 끝까지 갈 수 있었다. 발로 찬 후 떠올라 발차기를 하면 다리에 쥐가 나 밖으로 나가 걸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쥐가 나지 않는다면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초급반 아니 기초반 실력이었지만, 반 전체가 중급반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강사님이 바뀌었다. 처음 보는 새로 오신 강사님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초급반 가야 하는 거 아냐?', '초급반 가라고 하는 거 아냐?' 강사님이 바뀌니 '이렇게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중급반에 있지?'라는 생각을 할까 봐 걱정이 되었으며, 맨 뒤에 출발해도 자꾸 처음 출발하는 사람에게 따라 잡혀 초급반을 다시 하고 싶었지만, 초급반 사람들이 나보다 잘할 것이기 뻔하기 때문에 고민했다. 처음 출발하시는 분은 나를 따라잡으시고는 내 발과 종아리, 허벅지를 빨리 가라고 항상 치셨다. 무척 기분 나쁘다. 앞을 안 보면서 수영을 하는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다!

 

혹 이러는 분이 있다면 당장 그만두기를 바란다. 당신 앞에 늦게 가는 사람이 언젠가는 당신보다 빨라 당신을 머리를 칠 수 있으니! 나는 앞사람의 속도가 느리면 멈추지 않고 제자리 수영 연습을 하거나 천천히 속도에 맞추어 수영한다. 뜰 수 있다면 급할 것이 없다. 수영을 멈추면 가라앉아서 그랬던 건가? 그래도 기분은 나쁘다!

첫 강습이 끝난 후 강사님께 "저 초급반 다시 가야 하지 않아요?" 했더니 "그냥 해보세요!"라고 했다. "안되면 반을 옮겨야 한다."라고 말해주겠다고 했다. 그때 반을 옮길지 정하라고.

초급반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자유형으로 끝까지 가지 못하는 내가 배영을 배우는 중급반에서 3개월 강습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중급반의 다른 수강생들보다 2개월이 늦다. 2개월 동안 땅집고 헤엄치기를 했으니. 정말로 유아풀에서 땅집고 헤엄치기를 했다. 땅집고 헤엄치기가 쉬운 일에 비유되지만 실제 해보면 엄청 어렵다. 땅이 짚어지는 얕은 물에서 잠영 또는 잠수만 가능하다. 헤엄치기는 어렵다. 쉬우면 유아풀에서 수영 강습을 할 것이다.

 

운동인 수영을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에 꽂혀 검색하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버스, 지하철에서 앉게 되면 검색하였다. 결론적으로 내가 해보니 수영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다. 물론 발을 물에서 띄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조건하에서 가능할 것이다. 피아노를 만져보지 않은 사람이 온라인 강의로 피아노를 배우기 어렵겠지만 피아노를 만져봤다면 피아노 건반을 눌러 소리를 내봤다면 배우기 조금은 쉬울 것이다.

 

당시 나는 정말 수영을 하고 싶었고, 초급반으로 보내지 않을 수 있었기에 많은 영상을 검색했으며 당시 수영 관련된 모든 영상을 봤을 것 같다.

그중 한 곳이 마음에 들었다. 피시 라이크 스윔.
http://www.totalimmersion.net/
TI팀 영상들은 물고기처럼 수영을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금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보면서 이동하곤 한다. 나의 수영을 완전히 바꾼 말을 몇 가지 알려주면 "몸을 통나무라고 생각해라!", "너는 수영선수가 아니며 지금 경기하는 것이 아니다!", "발차기에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아라!", "편하게 수영해라!".

 

나이 많은 분들의 수영을 지켜보자. 힘없고 느리고 자세도 이상한데 쉬지 않고 편하게 수영하신다.


처음 시작한 것은 "몸을 통나무라고 생각해라!"이다. 물에 떠있는 모든 것은 살짝만 힘을 주어도 물을 가르며 주~욱 나아간다. 지금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지만, 만약 내가 통나무가 될 수 있다면 발로 바닥을 찬 후 그 힘으로 몸이 뜨게 되면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 통나무가 되자!

 

자유수영 날마다 빨리 나아가기 위해 통나무 뜨기를 연습하였다. '나는 통나무다.'를 속으로 되뇌며 바닥을 박차고 움직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 속도가 줄어들면 일어나서 다시 바닥을 박차고 통나무가 되는 연습을 하였다. 이 연습은 몸의 저항을 줄여주는 상태를 익히는 연습이었다. 이 연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발차기를 하지 않아도 몸을 곧게 펼 수 있게 되고, 몸의 중심을 몸이 뜰 수 있게 바꾸게 해 준다. 그래서 발차기를 하지 않아도 뜨며 완벽히 익히게 되면 약간의 발차기 혹은 약간의 팔의 회전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내가 찾은 다리를 띄우는 방법은 상체를 가라앉혀 다리를 상대적으로 띄우는 방법이다.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을 서로 가장 멀리에 놓아 몸을 최대한 길게 만든 후 무게 중심을 뒤로 보내 다리를 띄우는 것이다. 고개를 들면 다리가 가라앉지만, 고개를 숙이면 다리가 떠오른다. 가슴으로 물을 눌러서 가라앉히면 중심은 자연스럽게 뒤로 이동해서 다리가 뜨게 된다. 강사님들이 말씀하시는 물을 가슴으로 누르라는 말이 이것인듯하다. 고개를 편하게 약간 숙이거나 가슴으로 눌려 무게 중심을 뒤로 보낸다면 누구나 통나무가 될 수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훨씬 쉽다. 전혀 어렵지 않다. 매일 연습하다 보면 몸이 알게 될 것이다.

 

발차기는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박 막 차다가, 탕탕탕 탕탕탕 6비트를 차다 너무 힘들어 퉁탕 퉁탕 4비트 차다 '통나무 뜨기' 연습 후 탕 탕 2비트 또는 하체가 조금 가라앉으면 한 번씩 차 준다. 추진력을 위한 발차기가 아닌 몸을 띄우기 위한 발차기다. 통나무 뜨기만 되면 아주 작은 추진력으로도 이전의 속도가 가능해져 힘이 정말 많이 줄어든다. 우리는 시합 중인 선수가 아니다. 편하게 수영하자!

 

물에 편하게 뜰 수 있게 된 후 시작한 것이 나아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 물을 잡는 것이다. TI팀은 발차기를 거의 하지 않지만 앞으로 잘 나아간다. 나는 발차기를 하면 다리에 쥐가 나기에 발차기를 빠르고 힘차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 물을 많이 잡아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것을 고치는 방법으로 "주먹 쥐고 수영을 해라!"라고 추천하고 있다. 손을 펴도 물이 안 잡히는데 주먹을 쥐라고? 궁금하면 직접 해보면 된다!

 

물에 들어가서 주먹을 쥐고 수영을 하면 주먹 쥐지 않았을 때보다 수영이 잘 될 수 있다. 난 오히려 수영이 잘되었다. 통나무가 되어 물에 뜰 수 있으니 주먹 쥔 팔의 회전에서 생기는 작은 힘에도 앞으로 잘 나아갔다. 정말 앞으로 꽤 잘 나아갔다. "하이 엘보, 팔을 구부릴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그냥 당기라고, 주먹 쥐고 당기면 정말 앞으로 잘 나아간다.

 

주먹으로도 물을 느끼고 잡을 수 있게 되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손을 펴고 물을 잡으니 어깨가 아프다. 그렇다! 내가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 물을 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물을 많이 잡아서 생기는 문제였다. 손을 펴면 물을 많이 잡을 수 있지만, 많이 잡힌 물을 뒤로 밀어내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다. 많은 힘이 어깨에서 걸리니 어깨에 통증이 발생한다. "팔을 펴면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가능한 사람의 경우에 한정된다. 강한 팔의 힘과 적절하게 조절 가능한 기술.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가능한 기술과 힘이 없었다. 난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됐기 때문이다. 주먹을 쥐면 잘 나갔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물을 상대적으로 적게 잡으니 어깨에 통증이 적게 생기고, 그래서 좀 더 편안한 수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을 뒤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물은 멈춰있고 나의 몸이 물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것을 학창 시절 뜀틀을 할 때를 생각하며 이해했다. 뜀틀은 가만히 있고 내가 뜀틀을 잡고 뜀틀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물을 내 뒤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물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결론은 둘 다 몸이 뜀틀 앞에 있지만,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이것만 이해한다면 수영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엄청 무거운 벽, 뜀틀을 뒤로 밀어내기는 어렵지만 내 몸을 그것들 앞으로 가져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또한 가까이에 있는 뜀틀을 넘으면 조금만 나아가지만, 멀리 있는 뜀틀을 넘으면 멀리 나아간단. 물 잡기 하는 팔은 최대한 멀리 있는 물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높은 담(물)을 넘는다는 생각으로 물(담)을 넘자!

 

물이 많이 잡히니 어깨에 통증이 발생하고, 통증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어 속도가 나지 않으니 뜀틀을 예로 들면 팔을 펴서 뜀틀을 넘으면 어깨와 뜀틀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며 많은 거리를 움직여 어깨에 오랜 시간 자극을 주지 팔을 살짝 구부리면 상대적으로 이동 거리가 짧아지고 팔에 자극을 주는 시간도 짧아질 것이다. 그렇다. 구부리면 된다. 선수가 아니니까! 난 빨리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영을 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이걸로 해결되었다. 하이엘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팔을 펴고 하이엘보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을 이해했다. 난 하이엘보를 해야 한다. 어깨가 아프니까. 하이엘보라는 말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물 잡기, 물 느끼기가 가능하다면 팔을 살짝 접어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물 잡기, 물 느끼기를 못하는 사람은 무조건 팔을 편상태에서 그냥 당겨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문제는 리커버리였다. 회전근개파열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강습 시 팔을 돌리라고 배우지만 팔을 돌리면 통증과 함께 어깨에서 소리가 나고 뼈가 어긋나며 빠질 것 같았다. TI팀은 "리커버리 시 팔을 돌리면 힘이 많이 드니 가볍게 손을 앞으로 가져가라!"라고 했다. 손가락이 물을 스치듯이, 물에 닿아도 된다. 팔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팔에 힘을 뺀 접힌 상태의 팔을 펴면서 손을 가볍게 앞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팔에 통증이 생기지 않고 힘도 덜 든다. 당시 나와 거의 같은 시기에 수영을 배운다고 들은 친구에게 수영 재미있냐고 물으니 "어깨가 아파서 관두었다."라고 했다. 엄청 힘으로 당기고 돌렸나 보다. 어깨 통증을 겪어본 나는 그 고통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옆구리에 가상의 평행한 직선을 긋고 그 직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접힌 팔의 팔꿈치가 움직이되 어깨에 통증이 발생하지 않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다. 힘이 들지 않으려면 롤링 시 바닥과 몸이 수직이 되어야 팔을 드는 힘이 덜 든다. 막대기를 비스듬히 드는 것보다 바닥에 수직으로 드는 것이 힘이 덜 드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것으로 추진력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다. 발차기는 거의 하지 않지만 몸을 띄운 상태에서 팔을 조금 움직여주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빠르게, 전보다 빠르게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자유형에서 필요한 것 숨쉬기. 제자리에서 숨쉬기만 격일로 연습했다는 가정하에 약 1개월(주 2일, 12주)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숨을 뱉는데 필요한 시간,  필요한 공기의 양은 알고 있었다. 필요한 공기를 넣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확보할 기술이 부족했다.

 

방법은 롤링이다. 롤링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리커버리에서 롤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버리 시 롤링을 하고 있지 않다면 강습 중 배우는 옆으로 차기(사이드킥)가 롤링이며 이미 배웠기 때문에 쉬울 것이다. 물 잡기와 리커버리 하는 시간의 50%가 나에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고 그 시간은 나에게 충분히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아니 숨을 쉬고 남는 시간을 주었다. 롤링 시 글라이딩 중인 팔을 베개 삼아 귀 뒤 또는 머리 뒤통수를 갖다 대면 45도 정도 기울어지며 당연히 입과 얼굴은 하늘을 보게 된다. 그 시간 동안 숨을 쉬고, 시간 남으면 지붕과 깃발을 한 번 쳐다보면 된다.

 

자유수영 날 하루 또는 며칠 자유형, 사이드킥, 배영 다시 배영, 사이드킥, 자유형을 왼쪽, 오른쪽 모두 편하게 전환이 되게 연습하면 양쪽 호흡에 도움이 된다. 숨 쉬는 감각을 익히려면 사이드킥할 때 항상 숨을 쉬자. 나에게 사이드킥은 숨을 쉬는 동작이다. 바닥에 있는 물고기를 제외한 모든 물고기는 우리가 사이드킥하는 모양과 비슷한 길쭉한 모양이다. 사이트킥, 롤링 시 호흡을 한다고 속도가 많이 줄지 않는다. 시합이 아닌데 속도 조금 줄어드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속도가 주는 것이 신경 쓰이면 킥을 많이 힘차게 차면 된다. 사이드킥으로 5m 아니 1m만 갈 수 있게 연습하자. 숨쉬기에 충분하다. 자유형 중 숨이 차면 사이드킥으로 계속 숨 쉬면서 가도 된다. 왜? 자유형이니까!

 

날숨은 중간중간 조금씩 내뱉다 마지막에 길게 내뱉고, 들숨은 짧게 조금만 쉬는 스타일이라 많은 들숨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의 몸은 통나무라 물에 떠있을 수 있고 리커버리를 천천히 해도 몸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자유형에 대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중급반에서 배우는 배영은 정확한 자세는 아니었지만,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배영을 할 수 있지 모른다. 그리고 한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어디서? 목욕탕, 찜질방 탕 속에서! 누우면 그것이 배영이다. 그리고 누우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동으로 통나무가 된다. 그래서 생존수영에서 배로 뜨기, 배영을 알려준다. 이제 발차기가 싫다면 팔만 저어 주면 된다.

 

옆구리에 평행한 직선을 그은 후 팔을 자연스럽게 구부린 상태에서 손이 그 직선 위를 움직이면 된다. 팔을 구부리는 이유는 회전근개파열로 어깨가 아프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웠으나 다들 어려워해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격차가 좁혀졌다. 아니 앞서갔다. 난 이제 자유형을 할 수 있고 배영도 할 수 있으니.

 

아! 코로 물이 들어오는 것은 코마개를 사서 해결하였다. 같은 시간 강습생 중 유일하게 코마개를 했고, 강사님은 코마개 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코마개는 'ㄷ'모양이라 배영 하지 않을 때는 수영복에 끼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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