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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위에서 물속으로

튜브 위에 앉아 놀다가 몸이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졌다. 깜짝 놀라 허우적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릴 때의 나는 당황한 나머지 튜브를 잡거나 땅을 짚고 일어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잠깐 허우적거렸으나 방법이 없던 나는 결국 물속에서 가만히 떠 있게 되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물속 세상'의 신비

바다에서 나가기를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도 지금처럼 상황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물속 세상에서 바라보니, 바닷물을 넘어 파란 하늘이 일렁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바닥에는 알록달록한 조개껍질들과 금빛 모래들이 보였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코에서 공기 방울이 뽀글거리며 빠져나갔고, 귀에서는 공기 방울이 귀를 간지럽히며 빠져나갔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서 작은 공기 방울들이 줄을 지어 나와 눈을 간지럽히며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연한 생존

그때였다. 한참 주변 구경을 하던 나는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숨을 쉬었는데, 곧바로 바닷물이 목을 막으며 들어와 깜짝 놀랐다. 본능적으로 온몸을 허우적거렸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가져간 튜브의 옆줄에 손이 걸려 감겼고, 덕분에 몸이 떠올라 살 수 있었다.

그날 하루 나를 보살피게 된 여섯 살 많은 누나는 내가 없어져 나를 찾았다며 어디에 있었냐고 물어봤다. 물속에서 보니 누나는 계속 내 옆에 있었는데, 바닷속은 보지 않고 바다 위로만 나를 찾은 듯했다. 아마 내가 튜브 밑에 가려져 보지 못한 듯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즐겼던 나의 새파란 입술을 본 누나는 추우니 나가야 한다고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30년이 지나도 남은 트라우마의 흔적

그 뒤로 바닷가에 살아 자주 바다에서 놀았지만, 수영을 하려고만 하면 심장이 요동을 치며 극심한 공포와 함께 코피가 났다. 어린 날의 그 짧은 경험은 나에게 깊은 수영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까지 30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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