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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화장실 귀신

玄木 2025. 11. 5. 21:00

4살, 5살, 6살 부산 친척 집에 놀러 가면 마을 공동 화장실을 써야 했다. 당시에는 어둠에 대한 공포심이 컸지만, 그때도 귀신은 보지 못했다.

 

7살 때 이사를 갔던 시골의 국민학교. 그 학교 땅의 일부분이 할아버지 땅이었기에 할아버지 댁과 학교가 붙어있었다. 국민학교 2학년 밤, 이사 후 이삿짐 정리 전 하루 동안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할아버지 집 화장실이 아닌 국민학교 화장실에 큰 플래시를 들고 가게 되었다. 시골 학교의 재래식(푸세식) 화장실에 7살짜리 아이가 커다란 플래시만 들고 갔지만, 귀신은 끝내 보지 못했다. 그 당시 도시 학교에서 아이들이 으스스하게 들려주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물어본다던 그 귀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학교에 기숙사 괴담이 돌았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고개를 들면 귀신이 보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보고 기절까지 한 학생이 많다고 소문이 퍼졌다. 오늘이 몇 번째라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나는 귀신이 나타나는 시간을 물어보니, 이 귀신은 밤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보인다고 했다.

 

수업이 없어 한가하던 여름, 너무 더워 샤워를 하기 위해 기숙사에 들렀다. 아무도 없고, 조용하며 고요한 기숙사. 나는 화장실에 갔다. 갑자기 떠오른 화장실 괴담 이야기. 볼일을 마치고 그냥 가기 아쉬워졌다. 천장에서 보고 있다는 귀신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서서히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다. 앞문 위, 없다. 왼쪽 칸 위, 없다. 오른쪽 칸 위, 없다. 이제 중앙의 천장을 쳐다볼 차례였다. 천장을 쳐다봤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정말 보였다. 나를 보고 있는 뭔가가 보였다. 내가 드디어 귀신을 보는구나!

 

검고 살색의 뭔가. 일그러진 뭔가.

 

당연한 일이었다. 보였던 것은 내 모습이었다. 2구 형광등의 은색 반사판에 비친 내 모습이었다. 놀랄 만했다. 특정칸, 형광등과 변기가 정확하게 가운데에 위치하는 칸이라면, 낮이든 밤이든 아무도 없는 조용한 화장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면서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갑자기 검은색과 살색이 뒤섞인 일그러진 형체가 보인다면 귀신이라고 오해할 만했다.

 

일어서면서 점점 더 형체는 사람 얼굴로 뚜렷해진다. 귀신 얼굴이 자기 얼굴에 가까이 다가온다는 말은 아마 일어나면서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기절했거나 혼비백산 뛰쳐나왔기에 정확히 무엇인지 보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누군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이 모습을 봤다면, 정말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백 프로 기절했을 것이다. 나 또한 기본정보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면, 그것도 밤에 봤다면, 분명 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들 그냥 나오지 천장은 왜 본거야?

 

기숙사 화장실 귀신은 귀신이 아니라 공포와 형광등 반사판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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